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작성자 admin 시간 2022-06-30 17: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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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of Emer Prof Diego De Leo

 

 

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 테이블 시리즈 제7차 면담은 202266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면담자는 Diego De Leo 교수입니다. De Leo 교수는 정신의학과 박사로 호주 브리즈번의 Griffith 대학교 정신의학과 명예교수이자 세계보건기구 자살예방 공동연구 및 교육 센터(WHO Collaborating Center for Research and Training in Suicide Prevention) 명예회장입니다. 또한, 자살연구 국제아카데미 회장(International Academy for Suicide Research)을 역임하였으며 자살예방을 위한 세계의 날(The World Day for the Prevention of Suicide)을 제안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De Leo 교수는 500편이 넘는 논문, 190편에 달하는 책 챕터, 60 여권의 책을 출판하고 400번 이상 학술대회/회의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국내외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는데, 이 중 대표적인 것으로 자살과 노인정신의학 연구 분야에 대한 공헌으로 2007년 호주 Griffith 대학교에서 이학 명예박사학위를, 2013년 영국 여왕(Elizabeth Ⅱ)으로부터  훈장(Officer of the Order of Australia)을 수여받았습니다. 현재 De Leo 교수는 슬로베니아의 Primorska 대학교 심리학과장과 슬로베니아 자살연구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 이탈리아 노인정신의학협회(Italian Association of Psychogeriatrics)의 부회장직에 이어 차기 회장을 역임할 예정입니다

금번 면담에서 De Leo 교수는 노인정신의학, 특히 자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인구학적, 문화적 변화와 노인정신의학 간의 관계, 노인 자살의 특징, 그리고 국가별 상이한 자살률의 요인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1.   인구학적, 문화적 변화와 노인정신의학

De Leo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커리어 초창기부터 노년기 정신의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노년기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도 할 수 있음에도 이 시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미흡합니다.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인구학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심리학적, 의학적 관점에서의 노인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나이듦에 내재한 어려움과 복합성, 특히 이런 어려움이 노년기 개인에게 던지는 도전과 문제에 좌절하기보다는 이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De Leo 교수는 특히 변화된 가족구조(, 핵가족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젠더 역학의 변화와 관련된 노인 남성의 심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세대 남자들은 자신들이 자라고 교육받은 환경과는 완연히 다른 현대 사회를 마주하며 큰 괴리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예를 들면, 노인 남성은 배우자를 먼저 잃은 경우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끄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차세대 심리학자 및 정신의학 의사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에 의해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가 사실상 노인, 특히 노인 남성을 다루는 데 어려움과 복합성을 가중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런 한계에 주목하여 De Leo 교수는 노인(정신) 관련 문제에의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차기 회장으로 취임하게 될 이탈리아 노인정신의학협회는 정신과의, 신경과의, 노인병 전문의,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년기 개인 삶의 복합성, 육체적, 정신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소통, 이동성의 측면에서 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노인이 맞닥트리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성과 복합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층적, 다중적 문제가 현대 사회의 전염병과 같이 퍼지고 있는 외로움과 결합하였을 때 일부 노인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이런 고통을 끝내는 방안으로 또는 자신을 사회적 부담으로 느끼고 이런 자신의 삶을 끝내는 방안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됩니다. ,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연계 없이 존재하는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노년기 개인이 갖는 사회적 연결과 유대감의 중요성에 대한 가시화에도 많은 노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방치되고 있습니다.


2.   노인 자살/자살 행위의 특수성

노인의 자살 및 그 행위의 특수성은 신체적 쇠약으로 인해 일상적 삶의 영유가 어려워지는 것과 관련됩니다. 노인 자살의 주요 위험요인은 신체적 질병 및 쇠약, 또는 다른 연령집단과 대비하여 노년기에 더 많이 내재하는 광범위한 의미로서의 신체적 취약성입니다. 이와 더불어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배우자나 친구의 죽음/상실 또한 노년기 자살의 다른 주요 요인입니다. 특히, 노인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날 노인 남성은 현세대 비노인 남성과는 상이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다른 습관과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노인 남성은 요리와 집안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노인 남성이 배우자를 상실할 경우 일상생활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경우 불만족스럽고 실망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데, 이는 역으로 신체적 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져 신체를 더욱 약화시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노인 남성은 종종 자신의 배우자보다 먼저 사망하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이에 더하여, 노인 남성은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인 소통과 접촉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 사회를 낯설게, 심지어 적대적인 곳으로 느낍니다. 노인 남성은 과거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과거의 좋은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거나 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더라도 사용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는 노인과 세상과의 괴리를 확대시킵니다. 또한 젊은 의사와 심리학자들은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것을 종용합니다. 이는 노인과 의사/돌봄 제공자 간 간극을 오히려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노인은 인간과의 관계와 소통을 대체하는 기기를 선호하지 않으며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접촉과 소통을 원합니다. 이 사실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모순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노인의 바람과 필요는 재정과 의료진이 부족한 현 의료제도에서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간극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노인이 사회경제 투자 대상 우선순위의 제일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였을 때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4일에서 7일까지 유럽정신의학회(The European Congress of Psychiatry)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 중 하나는 참여자 중 극소수만이 노인정신의학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래 사회가 노인 관련 문제를 다루고 해결책을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젊음 또는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노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쉽지 않음을, 우리의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노인과 관련된 특수한 문제와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에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런 현실에 대한 직시를 통해 새롭고 참신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위한 동력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3.   상이한 자살률의 요인

자살은 전 지구적 현상입니다. 전 세계 4분의 3의 자살이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4분의 1만이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WHO의 전 세계 자살률에 대한 데이터는 검증된 통계자료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을 예상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 모든 국가가 자살률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가 출판한 자살에 대한 최신 보고서는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에 기반하여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전 세계 자살률 연구와 측정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자살은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나라마다 그 수준이 다르고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상이한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는 삶의 질과 보건 건강 서비스에의 접근성입니다. 예를 들면, 20세기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을 보인 리투아니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비록 이 분야에 대한 종단연구가 실행되지 않아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으나 WHO는 노인의 삶의 질 향상, 특히 의료시설에의 접근성 제고가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 공통으로 노인이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집단이자 자살 위험군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질 향상과 의료시설에의 높은 접근성이 자살률 감소에 기여한 측면이 있으나 노인자살 방지책이 광범위하게 이행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살방지 전략이 노년기 자살률을 낮춘 주요 요인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비록 전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살방지책이 널리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문화적 요인, 즉 사람들이 가지는 태도와 가치도 자살률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탈리아와 라틴 문화권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문화권에 침투된 전통적, 역사적 동기가 이를 설명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가톨릭 문화권에서의 가치체계는 사람 간 유대감을 강조하는데,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가족 구성원 간 강한 유대로부터 보호와 안정감을 얻습니다. 반면 일부 나라에서는 남성성과 관련한 습관이 높은 자살률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남성성이란 남성이 견지하는 태도나 행동으로서 자신의 고통, 약점, 슬픔, 절망을 타인에게 나타내지 않고 실패보다는 성공 스토리만을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이런 태도가 여전히 강하며 남성 행동양식의 바탕이 됩니다. 이런 문화권에서의 남성은 타인과의 접촉이 적은 상황에서는 오직 배우자만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창구로 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별 또는 이혼으로 인한 배우자와의 관계 단절은 남성 삶의 붕괴로 이어지며 자살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은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회학적 시각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자살은 정신의학적 주제로만 종종 이해되어 사회심리적, 환경적, 정치적 요인은 사실상 무시되어 왔습니다. 자살은 복합적인 사회 현상으로 간단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다학제적 관점을 견지하면서 자살방지책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4.   미래

우리는 개인주의가 점점 심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과거에 향수를 가지는 점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나 과거로 회귀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과거의 실패를 딛고 현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와 소셜미디어 사용 등에 있어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고유성을 파괴하는 대중화(Massification)’에 맞설 필요가 있습니다.

De Leo 교수는 향후 인터넷 관련 콘텐츠와 사용에 대한 정책과 교육에서 일정 정도의 조정과 교정이 있을 것으로 믿는 만큼 미래 사회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견지합니다. 사람들은 외부의 보이지 않는 권력에 감시당하고 조정되는 것에 점차 저항하게 될 것이고, 조만간 물리적인 것이 정신, 정서적인 것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는 대중화에 저항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며, 저항의 결과는 예단할 수 없는 열린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manji74@asemg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