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작성자 admin 시간 2023-05-31 14: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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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노인인권전문가와의 대담 및 라운드테이블 시리즈 제12차 대담은 2023417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으며 대담자는 Eduardo Klien 헬프에이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입니다. Klien 대표는 멕시코 대학교(University of Mexico)에서 국제경제학을 가르쳤으며 1997년에는 영국 옥스포드 국제개발학 연구원으로, 2007년에는 옥스포드 고령화연구 센터(Oxford Institute of Population Ageing) 연구원으로 임명되었습니다. 또한, 남미와 아프리카 주재 국제기구에서 다양한 관리자 직책을 맡았습니다. 특히 지난 20여년 동안 아시아 지역에 근거를 두고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관리자 직책을 역임하였습니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대한 사회경제적 적응을 촉진하는 다양한 국제 연구와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금번 대담에서 Klien 대표는 고령화와 사회경제 개발의 접점에서 오랜시간 근무하며 얻은 통찰력과 이해에 기반하여 글로벌 수준에서의 고령화가 제기하는 도전 그리고 국가, 지역, 국제차원에서 노인인권 보호와 증진 방안, 그리고 노인인권 협약에 대한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주셨습니다.

 

1.   경제개발 패러다임과 인구 고령화의 주요 접근 방식

 

Klien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인구 고령화 관련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Klien 대표의 출발점은 인구 고령화는 지난 20세기와 현 21세기 주요 개발 패러다임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도적인 개발 패러다임은 한계 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이상화에 기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수많은 사회모순의 심화와 더불어 지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자연의 파괴였습니다.

 

이런 경제개발에 대한 패러다임이 도전 받고 있는 맥락에서 인류는 인구 고령화와 기후변화라는 두개의 거시적 현상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두가지 측면에서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피할 수 없는 기후상황에 대비하는 동시에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감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인류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또 다른 주요 거시적 역학은 고령화, 인구구성의 변화입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는 사회경제 구조의 적응 이외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 기후변화의 경우 대안 에너지 개발과 탈탄소화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으나 인구 고령화의 경우 완화 전략은 거의 전무합니다. 인구 고령화의 완화를 위해 수명의 단축을 추구할 수 없으며 출산율 증대라는 카드가 있으나 이는 고령화에 대응하는 데 역부족입니다. 스웨덴, 한국, 일본, 중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에서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이는 고령화와 관련 적응과 수용만이 인류에게 주어진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에 적응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존재합니다. 이 중 고령화와 노인인구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담론이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계통화기금은 인구 고령화를 인구 폭탄(population bomb)’ 또는 고령화 쓰나미(tsunami of ageing)’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고령인구의 증가는 경기침체,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성 하락, 의료 관련 조세부담 증가, 사회복지와 연금수령 인구의 증가와 연계되어 이해됩니다. 이런 노인인구에 대한 부정적 담론은 많은 정책 입안가와 국제기구 종사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노인은 주로 60세 또는 65세 이상의 수동적이고 취약하며 비활동적인 그룹으로 국가의 복지와 지원 대상으로 이해됩니다.

 

2.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안적, 긍정적 접근 

 

고령인구와 고령화에 대한 긍정적 담론도 인구구성의 본질적 변화가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와 장애물이 극복된 장밋빛 이미지를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인구 고령화가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하며 우리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고령화에 대한 대안적 담론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데 실패한다면 사회경제적 갈등이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적절한 정책이 채택되고, 그리고 고령화의 이점을 이해하고 이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지속가능하고 모든 세대의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정책 입안가에서 현장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고령화에 대한 긍정적 담론을 확산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수명의 연장은 축복이며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자녀 양육에서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을 수 있습니다. 고령화는 여성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었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구 감소가 지금까지 주도적인 경제개발 방식의 변화와 결합한다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고령화에 대한 적응만이 인류가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면 이를 사회적으로 긍정적이고 이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구 고령화는 사회전역에서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고령화는 근로 연령, 여성 인권과 참여,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생애설계, 생애 전체에 걸친 소득 안정성, 세대별 사회적 장벽 등과 연계된 총체적인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점과 접근방식을 택하는 나라는 사실상 많지 않습니다. 고령화를 보건과 장기요양의 문제로 국한하거나 노인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고령화에 대한 긍정적 담론을 구축하고자 하는 중요한 시도들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구학 연구소(Vienna Institute of Demography of the Austrian Academy)미래지향적 고령화(prospective ageing)’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즉 노후를 개인과 사회의 관점에서 이미 산 시간(the time lived)이 아닌 향후 살게 될 시간(time ahead to live)으로 정의할 것을 제시합니다. 또한, 2016년 출판된 베스트 셀러이자 많은 호평을 받은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이라는 책에서도 수명연장에 대한 담론을 사회문제에서 선물로 변화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학업-근로-은퇴라는 세단계로 이루어진 삶의 형태가 현 시기 다양한 관점과 단계를 포함하는 삶의 과정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는 노인에 대한 정의와 관련 노인과 비노인에 대한 경계, 그리고 근로 인구와 비근로 인구간 경계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게 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이 경계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담론에 대응하기 위한 서로 연관된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이 부정적인 담론에 반하는 현실에 대한 직시와 이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실제 삶에서 우리가 흔히 노인이라고 부르는 그룹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받았고 건강하며 자신의 권리에 대해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노인 인구의 60% 이상이 사회적 보호가 없거나 은퇴연령이 없는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택 또는 필요에 의해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65세 인구의 40%가 아직 일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노인들이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동시에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제 삶에서의 노인은 절대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며 취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담론에 대응하는 다른 방안은 인권적 관점을 통해서 입니다. 노인의 능동적인 주체성과 이들의 목소리를 부인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노인인권 협약이 채택되지 않았으나 노인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과 다른 기타 여성, 장애인에 대한 협약의 기준에 의해서도 인권원칙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권적 관점은 윤리적, 법적 관점 모두에서 노인에 대한,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담론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사회적 관계와 노인인권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정의됩니다. 사회적 관계가 제거되는 순간 존재의 의미와 행복의 원천이 사라지게 됩니다. 베트남의 경우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특히 농촌지역에서 고령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인들은 세대간 자조 클럽(Intergenerational Self-Help Clubs: ISCs)을 구축하여 자신들의 지역공동체를 조직하였습니다. ISCs는 건강증진 활동에서 재가 돌봄을 위한 지원, 소득 창출, 독거노인 친구되기에 이르기까지 세대간 다양한 활동을 통해 건강한 노후를 촉진하는 지역사회 기반 조직체입니다. 이 자조 클럽은 지역사회 전역을 통해 확대되어 현재 거의 5,000개에 이릅니다. ISCs의 큰 성과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에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ISCs는 노인이 고령화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체로 참여하여 지역사회를 조직화한 좋은 사례를 보여줍니다. ISCs는 결과로서 노인인권 증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과정으로서, 그 조직화 자체도 인권적 관점에 입각해 있습니다. ISCs는 주요활동의 내용과 우선순위를 노인 스스로 공동으로 결정하며 정부 또는 상부기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역정부와 참여기관이 노인의 관점과 결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고 유도합니다. 만약 노인인권의 척도가 노인 당사자의 요구가 얼마나 존중되며 자신의 삶과 연계된 정책과 사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고 한다면 ISCs는 목적과 과정 모두에서 노인인권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노인인권 국제협약의 한계와 전망

 

아시아에서는 노인인권이 국제협약의 채택에 의해 가장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노인인권 국제협약 채택을 위한 노력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협약이 체결되기 전 어떻게 노인인권을 향상시킬 것인가 입니다. ‘노인인권보호에 대한 미주간 협약’ ‘노인의 권리에 관한 인간과 인민의 권리에 관한 아프리카 헌장 의정서와 같은 지역적 차원의 협약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협약의 이행은 의무가 아니며 국민국가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합니다.

 

국제협약의 주요 한계는 의무의 주체가 국가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 각국 정부의 협약에 대한 관심, 결단 그리고 의지에 의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인인권은 협약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협약과 상관없이 증진되고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노인의 권리는 다양한 거버넌스를 통해 장기요양, 사회활동에 참여할 권리,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권리 등에 초점을 두는 방법을 통해서 증진될 수 있습니다. 국제 노인인권 협약 채택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방향성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차원에서의 노인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Klein 대표는 UN 아동권리협약 체결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노인인권 협약이 모든 나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지난 수십년간 포화상태에 있는 다양한 국제협약이 하나의 이유입니다. 어느 특정한 사회 그룹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국제 협약체결은 긍정적인 움직임이지만 협약 체결 이후 각국 정부는 협약의 이행 이외에도 정기적 모니터링과 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를 가집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는 다수의 국제협약 체결에 따른 각종 의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일부 강대국의 독자적 노선 추진 등으로) 다자협의주의(multilateralism)가 상대적으로 침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인인권 협약 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둘째, ‘노인의 대한 정의, 즉 노인의 특수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운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노인 간에는 상당한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ASEAN에서 정치 지도자의 평균 연령은 69세이며, 부유한 개인 10명 중 8명은 노인입니다. 사실상 육체적 건강, 소득, 재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60, 70세 연령대 그룹 내 다양성이 40대 연령 그룹내 다양성보다 큽니다. 이는 정부가 노인을 어떤 공통된 특징을 가진 연령집단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Klein 대표는 개발협력과 고령화의 접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에서 두 가지 교훈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노인의 인권을 증진하는 것은 공식적인 법의 이행보다는 그들을 사회적 주체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둘째, 베트남과 일부 아시아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조직화된 ISCs가 시사하는 바는 노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원(경제성장)이 전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노인 스스로가 당당한 지역사회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ISCs 사례는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노인인권의 핵심 명제인 노인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담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또한 경제성장의 방향과 전략이 변화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추진된 신자유적 경제개발의 결과는 불평등의 심화였습니다. 이런 사실은 경제개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며 경제성장은 인구 고령화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되어 함을 보여줍니다 

 

manji74@asemga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