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권을 지키는 모범 사례 취재노트

작성자 admin 시간 2022-08-18 17: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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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자체 모범 사례 취재 노트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노인인권의 국제적 현안 분석과 유엔에서의 주류화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한 UN 노인인권 협약에 포함되어야 할 노인의 권리 영역’ 34가지를 바탕으로 취재 노트의 사례와 연결해 노인인권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는 해외 연구 및 사례들을 국내에 소개·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 연구 및 사례들을 해외에 알리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국내 모범 사례들을 소개하고 홍보하여 노인인권 관계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노인의 삶의 질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이번 취재 노트는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영장례 지원 서비스에 대해 소개한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한국 사회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2년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연고 시신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근 들어 무연고 사망에 대한 내용이 대중 매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며 이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는 한국 사회 독거 가구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며, 가족해체 현상이 보다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21,025명에서 20213,488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2141일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지만, 현재 증감 추세로 보았을 때 무연고 사망자가 급작스럽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무연고 사망과 고독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다르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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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의 연령 별 분포도를 보면, 노인층이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노인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의 지표들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2021년 기준, 60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2,367명으로 전체의 약 68%에 해당한다. 해당 지표를 보면, 현재 노인들의 무연고 사망은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더 심각한 상황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소개한 텔레비전 신호 모니터링을 통한 고독사 방지, 인공지능 반려로봇, 인공지능 생활관리서비스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취재노트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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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후속처리 역시 예방과 더불어 중요한 부분이다. 후속처리와 관련하여 사회적 가족이라는 기치 아래 바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07년부터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7년 신안군에서 최초로 도입한 공영장례는 2018년 서울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반 걸쳐 퍼져나가고 있다. 공영장례는 연고자가 없는 사람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가족과 지인이 애도할 수 있도록, 또는 가족과 지인도 없는 경우에는 사회적 애도가 가능하도록 공공이 빈소 등의 공간과 장례의식의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장례식을 통해 고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연고자가 고인을 애도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업무안내).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 지원은 단순히 장례를 치를 가족이 없기 때문에 지원되는 서비스라고 한정할 수 없다. 장례의 비용적 문제로 인해 공영장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 원이다. 화장의 경우 평균 1,327만 원이 소요되며 매장을 하는 경우엔 평균 1,558만 원까지 그 비용이 증가한다. 저소득 계층 입장에서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닌데, 시신을 인도받을 권리를 포기해야 될 수 있지만, 경제적인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공영장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기초생활수급자 사망 시, 장제급여가 지급되는데 장제급여는 2021년 기준 80만 원에 불과하다.

 

 

공영장례가 단순히 무연고 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무연고 사망자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자 사회적 가족이라는 호혜적 의미를 강조하고자 한다. ‘이라는 개념을 중시하던 한국 사회는 무한경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끼는 개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지방자치단체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외롭게 연고없이 죽은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인권을 보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영장례는 사망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 정도 되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무연고 사망자 처리를 통한 공영장례를 지원받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이 제도 자체는 점점 더 개인화되어가는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 중 하나이다. 독거노인이 사망한 것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발견되는 경우를 최근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이웃 간의 소통이 없고, 개인주의적 삶을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공영장례는 같은 지역사회 내 구성원들을 사회적 가족이라고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준다는 사회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