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취재노트

작성자 admin 시간 2024-02-21 13: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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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타임뱅크코리아 

 

타임뱅크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시스템으로 ‘모든 사람의 시간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기본 원칙에 기반한다. 이는 모든 개인의 노동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하며, 지역사회 내에서 상호의존성을 증진시키고, 서로의 필요와 능력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타임뱅크는 시간을 매개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와 화폐를 적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하는 현대판 ‘품앗이’의 형태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도움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시간화폐를 받게 된다. 이번 취재노트는 단순한 서비스 교환을 넘어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타임뱅크코리아’를 소개한다. 타임뱅크코리아의 가치와 특성을 살펴보고,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타임뱅크 시스템과 비교하여 글로벌 커뮤니티에 미치는 타임뱅크의 국제적 함의를 조명하고자 한다.

 

타임뱅크의 주된 목적은 지역사회 내에서 개인의 능력 공유와 서로 돕는 문화의 조성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영어를 가르치며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대신 다른 사람으로부터 요리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특히 노인, 장애인, 1인 가구 등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타임뱅크는 단순한 시간 교환의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필요와 능력을 연결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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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뱅크코리아 외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타임뱅크하우스’는 국내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타임뱅크 센터다. 타임뱅크하우스는 성별, 연령, 장애 여부과 관계없이 다양한 세대가 함께 활동하는 세대 통합형 공간이다. 타임뱅크하우스는 봉사자와 수혜자라는 전통적인 봉사의 개념에서 벗어나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코프로덕션(Co-production)’을 기반으로 한다. 코프로덕션은 자산, 새로운 노동의 의미, 호혜성, 사회적 자본, 존중의 5가지 핵심 가치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개인의 결핍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개인의 자산으로 여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에너지와 기술을 활용해 타인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변화를 경험함으로써 도움의 교환을 촉진한다. 타임뱅크코리아 손서락 대표는 “타임뱅크는 단순히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타임뱅크코리아는 금전적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보상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소외된 계층의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홍은동의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노인의 노동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보상 체계를 통해 그들이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잡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타임뱅크하우스를 방문한 유씨의 사례는 이러한 접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타임뱅크하우스를 방문한 유씨는 홍은동에 60년 이상 거주하며, 이웃과의 교류 없이 홀로 생활하는 1인 가구다. 처음에는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재능이 없다고 했지만, 손서락 대표는 유씨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고, 그에게 오목두기를 권하였다. 그리고 이곳에 스마트폰으로 오목을 즐기는 발달장애 청년과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다.이 청년은 유씨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사람을 상대로 오목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시경 검진이 필요했던 유씨는 이 청년의 도움을 받게 된다. 유씨의 보호자로써 청년이 함께 병원에 동행 한 것이다. 유씨와 이 청년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적 연결과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처럼 타임뱅크코리아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닌 모두가 동등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교류를 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고있다.

타임뱅크코리아의 활동은 노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1인 가구, 장애를 가진 이웃 등 사회적 고립감을 겪고 있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며, 이들 모두가 자신의 노동과 지식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은 개인의 고립을 줄이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손서락 대표는 2024년 주요 관심사로, 집 안에서만 활동하는 노인들이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타임뱅크코리아가 단순한 활동 제공을 넘어서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돌보고 지원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비전을 반영한다.

또한, 반찬 나눔 활동 같은 프로그램은 신규 참여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 참여자들이 돌봄의 실천을 통해 공동체 내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노인부터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서로를 지원하고 가르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며, 이는 타임뱅크코리아가 지향하는 포용적이고 연결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임뱅크코리아의 활동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깊은 유대감 형성과 세대 간, 계층 간의 연대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손서락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은 타임뱅크코리아가 앞으로도 지역사회 내에서 더욱 확장된 역할을 수행하며, 모든 참여자가 서로를 돌보고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할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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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종이접기, 그림, 동시 사진타임뱅크코리아에서는 종이접기, 클레이 아트 만들기, 동시 배우기, 경기민요 따라 부르기, 구구단, 하모니카 수업 등 다양한 서로 배움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타임뱅크코리아는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타임뱅크의 가치와 영향력을 더욱 넓혀갈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타임뱅크코리아는 ‘한중 타임뱅크 포럼'을 개최하여 한국과 중국의 타임뱅크 현황과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 및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타임뱅크코리아가 서울시립대복지관과 협력하여 '사이시옷 시간은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내에서 시간을 기반으로 한 상호 도움을 촉진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와 더불어, 타임뱅크코리아는 다양한 기관에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이들이 자체적으로 타임뱅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특히 노인복지, 장애인 지원, 청소년 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타임뱅크 모델의 확산과 사회적 포용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0년에는 서울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타임뱅크 프로그램을 운영을 통해 타임뱅크 성과지표를 개발하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성과지표의 개발은 타임뱅크 활동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제도권 내에서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타임뱅크코리아는 이 지표를 활용하여 타임뱅크 활동이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사회적 연대 강화, 고립 문제 해소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타임뱅크 모델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더욱 인정받고, 더 많은 지원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타임뱅크코리아의 노력은 개인의 시간과 기술을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국내외를 망라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타임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뱅크코리아의 활동은 고령인구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노인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손길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가 아닌 ‘쓸모 있는’ 구성원임을 증명한다.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개인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사회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아실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복지향상에도 기여한다. 따라서, 타임뱅크코리아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회적 변화와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관계와 나눔을 중심으로 한 타임뱅크 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이 중 일본의 ‘피너츠클럽’은 ‘피너츠’라 불리는 시간화폐를 활용하여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공동체 의식 강화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피너츠는 1995년 일본 지바시에서 도입되어 지역 주민들이 현금 없이 서비스나 상품을 현금없이 거래하는 지역화폐다. 피너츠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피너츠 사용자는 피너츠클럽에 소속된 가게에서 일반 고객보다 5~10%씩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고, 대신 해당 가게에서 잡일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유대감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일본에서는 피너츠 외에도 ‘코모’, ‘즈라’ 등 다양한 시간화폐가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간화폐들은 각각의 지역사회의 공동체의 발전과 부활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2018년 인구 고령화 대응계획에서 타임뱅크 운동을 제시했다. 이 계획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고령층의 역할을 확대하고 그들의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공동번영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타임뱅크 운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특성과 다양성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 주도의 이니셔티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며, 상호지원, 노인곤경, 그리고 효와 같은 전통적인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의 타임뱅크는 고령층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봉사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의 타임뱅크는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 사회의 요구를 결합하여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노인이 단지 돌봄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주체임을 강조한다.

타임뱅크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각국의 문화와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운영되고 발전하고 있다. 특히, 타임뱅크코리아와 같은 다양한 국가의 타임뱅크 운동은 지역사회 내에서 개인들의 필요와 능력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 간의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피너츠클럽과 중국의 타임뱅크 운동은 타임뱅크가 어떻게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춰 혁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타임뱅크코리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타임뱅크 운동은 앞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